“나 아직 살아 있어요… 여전히 새 보러 다니죠”
문화일보
입력 2023-06-27 11:58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전동휠체어에 올라타 전국을 누비며 새를 관찰하고 있다는 윤무부 교수는 직접 찍은 후투티, 검은머리갈매기 사진을 보여주며 “나의 첫사랑이자 상징과도 같은 새”라고 말했다. 윤무부 교수 제공
■ 전동휠체어 타고 전국 누비는 82세 윤무부 경희대 명예교수
“내가 죽었다는 가짜뉴스 돌아
부조 5만원 보낸 사람도 있어
새가 사라지면 인간도 못 살아
환경오염에 많이 사라져 슬퍼”
“나 아직 살아 있어요. 여전히 새 보러 다니죠.”
‘새 박사’로 유명한 윤무부(82) 경희대 명예교수는 건강한 목소리로 이렇게 근황을 전했다. 특히 ‘새’를 언급할 때마다 “매일 보고 싶지”라며 방긋 웃는 모습은 과거 여러 미디어를 통해 새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보이던 그때와 진배없었다. 뇌경색 발병 후 17년째 투병 중인 윤 교수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전국을 누빈다. 그는 지난 23일 문화일보에 “지난 주에는 순천 다녀오고 연천이랑 강릉에서도 연락 와서 다 다녀왔다”면서 “새를 볼 수 있는 곳이라면, 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사람이 있으면 못 갈 곳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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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교수가 직접 찍은 후투티 사진.
그는 지난 2006년 추운 겨울, 강원 철원에서 새를 보다가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윤 교수는 “뇌경색은 3시간 만에 와야 고친다고 하는데 3일 만에 갔더니 ‘너무 늦었다’고 하더라. 온몸에 마비가 와서 의사가 ‘장례 준비하라’고도 했다”면서도 “치료받을 때도 병원에 있느라 새를 못 보는 것이 속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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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교수가 찍은 검은머리갈매기 사진.
편마비로 오른손을 쓸 수 없게 됐지만 윤 교수는 긴 재활 끝에 5년 만에 다시금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사람이 많으면 새가 안 온다”며 누구의 도움 없이 홀로 전동휠체어에 앉아 전철과 기차에 오른다. 자연스럽게 미디어 노출은 줄어들었다. 윤 교수는 “유튜브에 내가 죽었다는 가짜 뉴스가 돌더라. 부조금 5만 원 보낸 사람도 있었다”면서 “그러니 지나가다 사람들이 날 알아보고 ‘반갑다’며 용돈도 주고 김밥도 준다”며 허허 웃었다. 불편한 몸보다 윤 교수를 슬프게 하는 건, 새의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요즘은 환경 오염, 농약, 개발 등으로 새가 많이 없어졌다. 과거에는 하루 500마리씩 보던 참새들을 이제 1마리도 못 보고 돌아올 때가 많다”면서 “새가 사라지면 사람도 살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윤 교수와 전화통화를 나누면, 수화기 너머로 항상 새의 지저귐이 들린다. 철새 도래지에서 들리는 소리이거나, 윤 교수가 직접 녹음해 틀어놓은 소리다. 집에서는 항상 이렇듯 새 소리를 들으며 마음의 안정과 기쁨을 찾는다. 윤 교수는 “새를 보고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면서 “새들이 날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새 보러 가려고 열심히 운동했다. 이 생명이 다할 때까지 새와 함께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26일 윤 교수는 새 사진 3장을 보냈다. 직접 찍은 후투티, 노랑턱멧새, 검은머리갈매기였다. “후투티는 내 첫사랑이에요. 최근 작은 종이 사라진 노랑턱멧새와 지구 상에서 우리나라와 중국 등 소수 국가에만 남아있는 검은머리갈매기는 제 상징과도 같아요. 얘네가 보고 싶어서 전국 어디든 가는데 좀처럼 보기 힘들어요. 저보다 얘네들을 꼭 신문에 실어서 널리 알려줘요.” |